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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사랑'

샛년 2009. 11. 10. 22:33

사랑’으로 다시 돌아온 수필가 김가영
열다섯 번째 수필집 ‘사랑’ 펴내…푸른사상사
2009년 11월 09일 (월) 23:48:04 김봉현 기자 mallju30@naver.com

   
▲ 수필가 김가영이 최근 '사랑'을 펴냈다. 푸른사상사. 값1만원 ⓒ제주의소리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에 나오는 지골로(gigolo, 情夫)를 나는 본 일이 없다. 막연히 세상에는 그런 내연관계의 남자가 있는가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여름 진짜 지골로라고 생각되는 인물과 만났다. 호남선 야간열차에서 였다. 그는 중년의 여자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 차림이었다.
나는 통로를 사이에 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왼쪽 창가에 비친 야경 속에 그 남자의 옆얼굴이 보였다. 창밖 야경에 정신을 빼앗긴 것처럼 하면서 나는 그 남자의 옆얼굴을 훔쳐보고 있었다.
-김가영 수필 ‘사랑’ 중에서-

수필가 김가영 씨(59)가 어김없이 ‘사랑’이란 화두로 돌아왔다. 열다섯 번째 수필집 ‘사랑’이다. 여고시절 ‘나탈리 우드’와 ‘워렌비티’가 주연한 영화 ‘초원의 빛’을 보고 넋을 잃을 정도로 감명 받았던 그녀다. 

40년 전 대학시절 그리스조각 아폴로처럼 기골이 찬 추억 속 남학생을 아직도 그리며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사무치게 읊조리는 그녀이기도 하다. ‘사랑’이란 주제는 어쩌면 평생 그녀가 안고 가야할 ‘업보’ 같아 보인다.

수필가 김가영 씨는 책머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열차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 그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쩌다 터널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면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간다. 언젠가 읽었던 시 한구절이 생각난다. ‘무엇 하나 잃어버리는 것 없이 다른 풍경 속으로 들어갈 순 없다’라는…”

그녀가 다시 말을 잇는다. “많은 사랑을 하고, 많이 썼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 어느 쪽도 별로였다. 아직도 멀었다. 불안이랑 망설임에서 해방되어 열차를 타려고 했는데, 아니다. 그것들을 동반한 나의 여행일 수밖에 없다. 이 작품집에 실린 ‘사랑’은 그런 열차 여행 중의 풍경임을 고백한다. 상실과 사랑을 태운 채 나의 인생열차는 아직도 달리고 있다”고.

문학평론가 한상렬 씨는 김가영 씨의 작품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김가영의 수필을 음미하노라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길어 올린 영혼의 샘물처럼 작가의 내적 감각에 가슴 시리게 하고, 환상처럼 아름다운 미감에 설레게 한다. 그 그칠 줄 모르는 심령 가장 깊숙한 곳에서 자아내는 울림…. 작가 김가영, 그가 아니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언어의 마술이 아닐 수 없다”고 극찬했다. 푸른사상사. 값1만원.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