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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4 앰비시방송 보냄

샛년 2011. 7. 4. 22:17

인연
작성자 : 이정자[sonang0822] 작성일 : 2011.06.24 15:30
조회:2번호:47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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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 연

  신록이 산야를 휘휘 감싸며 짙은 향기로 뽐내고 있다. 서울에서 내려올 식구들을 기다리며, 장맛비가 내리면 어쩌나 걱정이다. mbc 창사 50주년 지금은 라디오시대 제주공개방송 ‘할머니 함께 여행가요’ 프로가 진행 된단다. 조손가정 27팀이 내려와서 자원봉사자들과 인연을 맺고 2박3일 동안 같이 여행하고 숙식을 함께하며 온정을 나눌 것이다.

  전 날, 행사담당 직원을 만나 봉사도우미 요령과 가족을 배정 받았는데,3학년 4학년 형제 명단을 부여 받는 순간 이왕이면 2박3일이라도 딸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하는 욕심을 버려야했다. 어제 비가 내린 덕분인지 길가의 초목들이 싱글벙글 푸르다.

공항에서 봉사자들과 설레는 맘으로 가족을 기다리는데, 짙은 안개로 비행기들이 착륙이 늦어지고 있다는 말에 몹시 초초해지는 느낌은 가족을 기다리는 애 타는 마음이리라.

  도착한 가족들의 명패를 확인하며, 준비한 모자를 씌워주고 반갑다는 포옹을 했다. 서둘러 점심이 준비된 식당으로 향하는데, 모두들 지치고 배고픈 표정에 웃음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고민하고 있을 때, 오른손을 꼭 잡은 작은 아들 정민이가 하는 첫마디,

“제주도 사는 사람들은 불쌍해요”

“왜” 했더니,

“사람은 마음대로 하늘을 날 수가 없으니까요.”

답변을 머뭇거리며 나의 아들이 참으로 대견스러워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덤장식당에서 자리 돔 가시를 발라주면서 엄마의 역할을 꿈꾸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모두들 밝고 명랑해진 분위기 여미지 식물원에서 예쁜 꽃들의 아름다움에 흥취하며 구경을 하는데, 식물이나 꽃보다 동물이나 곤충을 좋아한다는 아이들의 발랄함에 웃음이 묻어나고, 커다란 바나나 열매에 눈총을 들이는 표정이 얼마나 진지한지, 원숭이 의자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고는 다음 기회에는 동물원에 같이 가자는 약속을 했다.

  천제연으로 향하는 칠 선녀 다리위에서 자연의 풍광에 환호하는 할머니의 행복한 모습에 셔터를 눌러드리니 자연스런 대화가 이루어졌다. 제주도 여행은 두 번째 왔지만 천방지축인 두 손자 손잡고 왔다는 것이 꿈만 같다며 속마음을 조금 털어 내시곤 나의 손을 잡아주셨다. 천제연에서 사진을 찍고 물가에 손을 씻어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행복 덩어리이다.

  명품 한우고기 전문점에서 흑우의 부드러운 맛은 평생 입맛을 다시게 할 것 같다. 표선 샤인빌 리조트에 여정을 풀고, 환영의 밤 (레크레이션)친교의 마당에 모인 가족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진행자의 능숙함에 서로서로 원을 그리며 땀을 흘렸다. 환호성에 효녀가수 현숙의 명랑한 노래와 몸짓은 너와 내가 하나 되어 두리둥실 탬버린 춤을 추었다.

  내일의 일정을 위해 편지 봉투를 받아들고 저마다의 쉼터로 돌아와서 한 울타리에서 소중한 만남의 시간에 감사해했다. 할머니와 손자는 서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며 고운 마음을 정성들여 편지지에 옮겨놓았다. 우리가족은 만남의 인연에 감사한 마음으로 포옹하고 꿈나라로 직행했다.

  샤인빌 숙소의 아름드리 나무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에 좋은 아침을 외치며, 제주올레 7코스 출발은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푸른 바다가 손짓하는 돔배낭 길을 걸으며 대자연의 풍광에 걸으멍 보멍 놀멍 쉬멍 (걷고 보고 놀면서 쉬고) 느림의 미학으로 외돌개의 꿋꿋한 모습에 환호를 지르며 카메라에 윙크했다. 바다 가운데 우뚝 버티고 있는 범섬이 외돌개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커다란 솔 향이 뿜어내는 피톤치드의 향기는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목욕시켜주었다.

  점심을 먹고 신례리 한우목장으로 향했다. 제주송이로 곱게 깔아놓은 인도를 걸어가며,대자연의 향기에 취하여 고사리를 캐거나 쑥을 뜯어보는 할머니들의 손놀림은 재빠르다. 한라산 정기가 감도는 너른 목장에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는 명품 흑 한우들.

어머나! 세상에!

한우 목장에서 난생 처음으로 송아지 탄생의 순간을 목격하며 숨을 죽였다. 누런색 한우가 큰 나무 있는 옆에서 송아지를 순산하여 혼자 애쓰며 산후 처리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안타까웠다. 목장 주인어른은 환희 웃으며 한우2호 탄생이란다.

  숙소로 돌아오니 ‘지금은 라디오시대’ 녹화방송 준비가 되어있었다. 피곤한 여정을 잠시 풀고,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어제 저녁 가족에게 쓰는 편지에 선정된 할머니의 편지, 손자의 사연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고, 저마다의 사연에 새로운 희망이 보였다. 노래를 봉사하러 달려온 아버지가수, 가요계의 황태자, 귀여운 윙크, 대한민국 효녀가수. 총각가수, 천사리포터… 조손 노래방 팀의 열전은 대단했다. 마침 나와 인연을 맺은 할머니는 청개구리 팀인데 어쩌면 그리도 고운 목소리로 “요즘여자 요즘남자”를 용기 있게 소리쳤다. 영남오빠와 지라씨의 입담으로 분위기 좋고, 흥겨운 장단의 마당이었다. 박수를 힘껏 친 때문인지, 피곤이 달려들었다.

  마지막 날 아침에는 모든 가족들이 손잡고 다닌다. 예정에 없었던 표선 해수욕장으로 갔는데, 바닷물 속으로 달려 나가는 아이들의 환호성. 미역, 파래를 건지고 먹는 것인지 들어보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가을이면 은빛 억새물결이 신랑신부에게 손짓하는 산굼부리로 발걸음을 옮기며 대자연의 광활함과 신선함에 하늘을 본다. 산굼부리 정상에서 저마다의 추억을 곱게 포장하며 청정하고 신비한 모습에 환호성을 지른다.

  마지막 밥상을 받은 식구들은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며 서로 챙기는 모습이 정겨웠다. 박석심 할머니는 캔 커피 몇 개를 들고 와서 인연 맺은 며느리들에게 나눠주었다. 서로 무엇을 주고 받아야할지 손잡고 말로만 표현하며 사랑을 전했다.

  제주공항의 이별. 2박3일이란 짧은 시간에 서로의 훈훈한 정을 아낌없이 나누었는지, 할머니 가족도, 봉사자들도, 행사 진행하는 진행 요원 모두도 마치 황소의 눈처럼 눈물이 고였다. 어느 할머니께서는 이번 여행은 망설였는데, 도와주신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행복한 여행, 귀족여행, 영원히 추억에 남을 여행이란다. 8년여 봉사를 하면서 정말 뜻있는 봉사에 참여 했다는 흐뭇한 맘으로 내 인생에 박수, 내 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 2박3일 봉사에 동참하면서, 기행문으로 글을 썼는데 혹시 영남 오빠, 유라씨가 재미나게 읽어 주시면 무한한 영광이라 생각 하겠습니다. 혹시 채택 되시면 방송 날짜를 폰으로라도 알려주시면 참가했던 봉사자들과 함께 즐겁게 듣겠습니다.

제주불교봉사회 회원 이정자 핸드폰: 016-640-3309입니다.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