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눈물 샘도 말라가는가!
거울을 본다.
영화가 끝나고 화장실에서 자신의 안경너머로 지층처럼 주름진 얼굴을 바라보지만
정작 느낌을 쏟아내는 가슴으로 눈길을 내리면서 감정까지 메마른 눈물샘을 원망한 날이다.
같은 장소에서 영화를 보고 큰 딸은 눈이 붓도록 울다 일어났는데
나는 슬픔은 커녕 방---(무식한 방장님의 한글 배우기 때)하면서 웃음으로 일관해 큰딸의 눈총을
받았으니 그야말로 동상이감(同床異感)이다.
설 명절이 강추위에 주눅되어서도 제법 엿가락처럼 녹아내리던 저녁-.
K 랜드에 근무하는 큰 딸이 예고도 없이 집에 오면서 펼쳐진 가족 몸짓이다.
딸 둘 그 사이 아들은 결혼해서 어엿하게 5세의 손주를 내게 안겨 효자노릇을 하지만
큰 딸은 영 출가를 서두르지 않아 이번 명절에도 친지들은 정아 언제 시집가느냐는
인사 치레에 변명아닌 변명을 대느라 혼쭐이 났다.
그런 딸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그것도 정초에 영화 한편을 감상했다.
2013년의 첫번째 기적이라고 부풀려 선전하는 장안의 화제 "7번방의 선물"이었다.
최악의 흉악범들이 모인 교도소 7번방에 이상한 놈( 6세 지능의 바보 용구)이 들어오면서
교도소 7번방에서 용구 8살 딸 예승이를 불러들여 아슬아슬하게 아빠품에 안기기 위해
7번방 패밀리 악인들의 사상초유의 합동작전을 펼치는 코미디 영화다.
코미디라지만 감동과 슬픔이 가미되어 36세 노처녀 정아는 처음부터 울음보를 터뜨렸다.
특별한 캐릭터로 변신한 유명배우 류승룡 주연이다.개성과 유모어 감각이 어쩌면 그렇게
달인일까! 바보 아빠인 류승룡은 1997년 쇼원도에 세일러문가방을 딸에게 사주기 위해
길을 가다가 아뿔싸 죽어있는 유아를 발견, 살리려(경찰국장 딸) 노력하다가 오히려 유아유괴및
살해 혐의로 흉악범 누명을 쓰고 1심 사형선고를 받아 이 7번방에 배속된다.
이 영화는 처음 시작이 그 때 8살 딸이 사형으로 떠난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시작된다.
변호사가 된 딸(박신혜)는 모의재판에서 아버지 누명을 벗기기 위해 노력하지만, 촛점은 교도소
안에서 딸을 만나게 해주는 7번방 패밀리들의 눈부신 행동과 딸만을 위해 흔쾌히 2심에서도 살인을
저질렀다고 최후진술을 하는 장면들이 재미를 더한다. 눈부신 활약은 박스안에 딸과의 재회, 풍선에 둘이 타고 하늘을 날다가 결국 실패-.
아비와 딸과의 감동어린 사랑, 그리고 악인들도 눈물을 배우는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에 2013 첫 코믹
명화는 지난달 23일에 개봉해 600만 관객을 동원 1위로 베를린을 따돌리는 흥행기록으로 달린다.
왜 나는 눈물 한방울도 흘리지 못했을까! 눈물샘이 바싹 말랐을까? 자신을 돌아본 날이다.
오히려 코미디라지만 허술한 공권력에 대한 도전, 국민의 신뢰감 상실등이 역효과가 우려되어
고개를 갸우뚱하기까지 했으니 세대차이리라.
그래-. 그래도 부정(父情)만은 아직 남못지 않다. 새벽 7시에 투탑씨티로 달려가 조조할인으로
감상한 영화 한편은 한국 코미디 영화의 진수로 손꼽히리라. 모처럼 네 가족이 염소탕으로 아침을 들고
명절 마지막 연휴를 보낸 짜릿한 아침은 아름답다.
신선한 명품 영화로 한해를 멋지게 출발하시길 권한다.(2월 11일 보고나서 德田 이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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