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제주의 설화 <제주인의 조상이 솟아난 삼성혈>
▣ 제주인의 조상이 솟아난 삼성혈
제주의 조상인 고·양·부씨의 시조는 땅속에서 솟아난 세 신인(神人)이며, 삼성혈은 이들이 솟아난 발상지이다. 아득한 옛날, 세 신인이 땅속에서 솟아나왔다. 이들은 농사를 짓지 않고 짐승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짐승을 잡아먹으며 살았다. 섬 안에는 사슴과 노루 등 짐승이 많았기 때문에 사냥을 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세 신인은 한라산을 누비며 사냥을 하고, 밤이면 굴 속에 들어가 잠을 잤다. 서로 힘을 모아 짐승을 잡았기 때문에 사이가 아주 좋았다. 세 사람은 이름을 짓기로 하였다. 그들은 궁리 끝에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활을 쏘아 형과 아우를 정하기로 했는데, 고을나가 제일 멀리 쏘아 큰 형이 되고, 양을나가 둘째가 되고, 부을나는 막내가 되었다.
그런데 하루는 사냥을 하기 위해 한라산에 올라갔다가 동쪽 바다 위에 둥실둥실 떠있는 상자를 보았다.
"고을나, 보이니? 상자가."
"보이고 말고 저게 무슨 상자일까? 우리 한번 가보자."
세 사람은 부지런히 산을 내려와 상자가 다가오는 바닷가로 달려갔다. 상자는 세 사람을 향해 떠내려왔다.
"돌상자다! 돌상자가 떠왔어!"
그들은 돌상자가 가라앉지 않고 떠온 것이 너무 기뻐서 쾌성을 질렀다. 그래서 그곳을 ‘쾌성개’하고 이름을 붙였다. 돌로 만들어진 상자는 둥실둥실 파도에 실려 오르내리다가 다가오더니 바위에 닿았다. 그곳은 ‘오통이’라고 한다.
"이 속에 뭐가 들어있지?"
"어서 열어보기나 하자."
그들은 급한 마음으로 상자 뚜껑을 열었다. 그런데 상자 속에는 예쁜 여자 세 사람과 곡식의 씨앗, 송아지와 망아지가 들어있었다.
세 신인은 깜짝 놀라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시요?"
"예, 우린 벽랑국의 공주입니다. 아버님께서 우리를 당신들에게 보내셨습니다. 서쪽 바다 가운데 있는 섬에 세 신인이 나라를 세우려하니 너희들이 가서 그들의 배필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곡의 씨앗과 가축을 함께 보내시며, 저희들을 지어미로 맞아 자손만대까지 영화를 누리라고 하셨습니다."
아름다운 공주들은 상자에서 나와 큰절을 올렸다. 삼을나는 너무나 좋아서 벽랑국 임금님께 감사의 절을 올렸다. 그리고 말을 타고 뭍으로 올라왔는데, 말의 발자국이 찍힌 곳을 몰성개라고 한다.
그리고 세 공주를 데리고 물빛 고운 연못으로 올라가 목욕을 하고, 천지신명께 절을 하고 나서 공주들을 아내로 맞아들였다. 그곳이 성산읍 온평리 혼인지이다. 삼을나는 혼인지 옆에 있는 동굴에서 신방을 꾸몄다.
그 이튿날부터 삼을나는 땅을 파서 아내가 가지고 온 씨앗을 뿌리고, 송아지와 망아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씨앗을 받아들인 땅은 그들에게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 주었고, 망아지와 송아지는 무럭무럭 자라 어미가 되었다. 그런데 식구가 불어나자 문제가 생겼다. 아이들이 다투기도 하고 말과 소에게 물을 먹이다가 다툼이 일기도 하였다.
"우리 식구가 많아졌으니 따로따로 살림을 나는 게 어떻겠소?"
"그거 좋은 생각이네. 나도 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네."
"땅을 정해서 살면 다툼도 없어지고 좋겠어요."
삼을나는 의논을 하였다. 누가 어떤 곳에서 살면 좋겠는지. 의논한 결과 활을 쏘아 살 곳을 정하기로 하였다. 삼을나는 약속대로 활을 쏘았다. 큰 형인 고을나가 먼저 쏜 활은 지금의 일도동에 떨어졌고, 양을나가 쏜 화살은 이도동에, 부을나가 쏜 화살은 삼도동에 떨어졌다. 지금도 제주시 화북동에 가면 활에 맞았던 돌(삼사석)이 남아있다.
삼을나는 가족을 데리고 화살이 떨어진 곳으로 옮겨가서 밭을 일구고, 사냥을 하고, 고기를 잡으며 살았다. 태풍이 불어와 농사를 망치기도 하고, 바다에 나갔다가 높은 파도에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지만, 태풍과 바람과 가뭄 등 거친 자연을 이기며 살아갔다. 이렇게 그들은 제주의 조상이 되었다.
지금도 삼성혈에는 삼을나가 솟아나온 세 개의 구멍이 있으며, 잘 보존되고 있고 봄 가을에 걸쳐 제사를 지내고 있다.
神들의 섬 -제주의 신화와 전설- 2001 제주세계섬문화축제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