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제주의 설화 <하늘과 땅이 처음 열린 이야기 천지개벽>

샛년 2010. 6. 6. 23:38

 ▣ 하늘과 땅이 처음 열린 이야기 천지개벽

 

아주 오랜 옛날, 하늘과 땅이 맞붙어 어둠에 싸여 있었다. 이 어둠 속에서 개벽의 기운이 돌면서 하늘과 땅 사이에 금이 생기고 벌어지면서 산이 솟아나고, 물이 흘러 내려 하늘과 땅이 생겨났다. 하늘에서는 청이슬이 내리고, 땅에서는 흑이슬이 솟아나 합쳐지면서 만물이 생겨났다. 맨 처음 생겨난 것은 별인데, 견우성, 직녀성, 노인성, 북두칠성, 그리고 삼태성이었다.
하늘 나라 옥황상제인 천지왕이 해와 달을 둘씩이나 내보내어 천지가 개벽되었다. 그러나 세상은 어지러웠다. 해가 둘이어서 낮에는 더워서 죽을 지경이었고, 밤에는 얼어서 죽을 지경이었다. 또 초목이나 짐승들이 말을 하고, 귀신과 인간의 구별이 없어 이 세상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천지왕은 세상의 질서를 잡지 못해 고민이었다. 그러다가 꿈을 꾸었는데, 해 둘, 달 둘 중에서 하나씩을 삼키는 꿈이었다. '옳지, 태몽이로구나.' 천지왕은 귀동자를 얻을 꿈이라는 것을 알고 가장 지혜롭다는 총맹부인과 결혼을 하려고 지상에 내려왔다. 총맹부인은 천지왕을 맞아 대접을 하고 싶었지만, 가난해서 대접할 쌀이 없어 수명장자에게 꾸러갔다. 그런데 마음씨 고약한 부자인 그는 쌀에다 흰모래를 섞어서 한 되를 꾸어주었다. 총맹부인이 쌀을 잘 일어서 밥을 지었는데도, 천지왕은 첫숟갈에 돌을 씹고 말았다. 그 사실을 안 천지왕은 벌을 내려 수명장자는 불에 타서 죽고, 딸은 팥벌레로, 아들은 솔개로 만들어 버렸다. 그 후, 천지왕은 총맹부인과 결혼하였다. 꿈같은 시간이 흐르자 하늘 일이 걱정 된 천지왕은 하늘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들 형제를 나을 것이니 큰아들은 대별왕이라 이름 짓고, 작은아들은 소별왕이라 하시오."
천지왕은 이별을 아쉬워하는 총맹부인에게 말을 하고 하늘로 올라가려고 하였다.
"이대로 가실 수는 없습니다. 증표라도 남겨 주시고 가십시오."
"아이들이 나를 찾거든 이 박씨를 주시오."
총맹부인이 옷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자 천지왕은 박씨 두 알을 주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얼마 후, 총맹부인은 쌍둥이를 낳아 잘 키웠다. 두 아들은 아주 총명하고, 부지런하여 총맹부인을 기쁘게 했다. 그런데 서당에 가면 아이들이 '아비 없는 호로 자식' 이라고 놀렸다.
"어머니, 우리 아버지는 누구이며, 어디 가셨습니까? 아버지가 누군지 가르쳐 주십시오."
쌍둥이는 울면서 어머니를 졸랐다.
총맹부인은 아들들이 울며 조르자 사실대로 말하고, 박씨를 내주었다.
쌍둥이는 아버지가 두고 간 박씨를 정월 돝날에 정성껏 심었다. 박씨는 금새 싹을 틔우더니 하늘로 쑥쑥 자라났다.
"우리 이 줄기를 타고 올라가 보자."
쌍둥이는 하늘까지 뻗은 박줄기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줄기를 안고 하늘까지 올라갔다. 박줄기는 아버지가 앉는 용상의 오른쪽에 감겨있었다. 얼마 후, 방으로 돌아온 천지왕은 쌍둥이를 보고 단번에 아들임을 알아차리고 기뻐했다. 그리고 벼슬을 주었다.
"대별왕은 이승을 다스리고, 소별왕은 저승을 다스려 질서를 바로잡도록 하여라."
그런데 저승을 맡게된 소별왕은 이승을 다스리고 싶어 형을 꼬드겼다.
"형님, 우리 수수께끼를 내어 이기는 사람이 이승을 차지하도록 합시다."
"알았다. 그렇게 하자."
마음씨 좋은 대별왕은 허락을 했지만, 소별왕은 대별왕을 수수께끼로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소별왕은 다시 꾀를 내어 말했다.
"형님, 꽃을 심어서 잘 자라는 꽃임자는 이승을 차지하고, 시들어 가는 꽃을 피우는 꽃임자는 저승을 차지하도록 합시다."
"알았다. 네 말대로 하자."
대별왕은 다시 허락을 했다. 둘은 정성껏 꽃씨를 심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소별왕이 심은 꽃은 시들시들하고, 대별왕이 심은 꽃은 싱싱하게 잘 자랐다. 소별왕은 꽃을 보면서 너무 속이 상했다. 그래서 다시 꾀를 냈다.
"형님, 이번에는 누가 오래 자나 잠자기 내기를 합시다."
"알았어."
그래서 두 형제는 잠을 자기 시작했다. 대별왕은 피곤하여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러자 자는 척 하고 있던 소별왕은 얼른 일어나 제 꽃과 형의 꽃을 바꾸어 버렸다. 그러고나서 대별왕을 깨웠다.
"형님, 이젠 일어나세요. 무슨 잠을 그리 오래 잡니까? 얼른 일어나 점심을 잡수세요."
"알았다."
대별왕이 일어나 보니 동생의 꽃은 잎이 아주 싱싱한데, 자기 꽃은 아주 형편이 없었다.
"내가 졌구나. 그럼, 네가 이승을 차지하렴. 나는 저승을 차지할게.이승은 아주 어지러우니 잘 다스려야 한다."
대별왕은 선선히 자리를 물려주고 저승으로 가버렸다. 소별왕이 이승에 내려와 보니, 매우 혼란스러웠다. 해가 둘이고, 달이 둘인데다가 짐승과 초목이 다 말을 해서 질서가 없었다. 더더구나 도둑질, 살인 같은 나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다.
소별왕은 고민을 하다가 대별왕을 찾아갔다.
"형님, 도와주십시오. 제 힘으로는 도저히 이승의 질서를 잡을 수가 없어요."
마음씨 착한 대별왕은 이승에 내려와 천근이나 나가는 활살을 준비하여 하늘에 떠있는 해와 달을 쏘아 하나씩 떨어뜨렸다. 그래서 세상은 아주 살기가 좋아졌다. 그리고 송피가루 닷 말 닷 되를 뿌리니 짐승이나 초목의 혀가 굳어져서 말을 못하게 되었다. 또 귀신과 사람을 가르기 위해 무게를 달아 백 근이 차는 놈은 인간 세상으로 보내고, 백 근이 안 되는 놈은 귀신으로 보냈다.
그래서 이 세상의 질서는 잡혀갔지만 아직도 소별왕이 다스리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은 어지럽고 각종 범죄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神들의 섬   -제주의 신화와 전설-   2001 제주세계섬문화축제조직위원회

출처 : 호근모르(HOGNMOR)
글쓴이 : hognmor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