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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무
샛년
2010. 8. 10. 15:48
먼나무~~~정윤택 선생님
제주섬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
정윤택 수필집 '겨울 기다리는 나무'
입력날짜 : 2010. 08.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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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부로 구성된 수필집은 고향집과 할머니와의 추억, 해녀들의 삶의 소리, 갈옷, 오일장, 4·3, 한라산, 일출봉과 마주한 느낌을 60여편의 글로 엮어냈다.
정씨는 섬의 자연을 터잡고 사는 사람과 자연을 관조한다. "'호-이' 하고 길게 내뿜는 숨비소리, 두 발로 저승길 걷어차고 물 위에서 뱉어내는 생의 외마디 소리"('바당 건져 올리는 소리' 중), "청순한 초록빛 감도, 따지고 보면 갈색의 젖줄에서 자라난 것이다. 감의 원초적 색상을 무명옷에 발현한 것처럼, 흙에도 풋풋한 고향냄새가 묻어난다."('무상의 옷' 중)
'삶의 지우개'에선 세월의 무게 앞에서 총명함을 잃어가면서도 4·3의 고통만은 좀처럼 지우지 못하는 어머니에 대한 안쓰러움과 애틋함을 엿볼 수 있다. "사내아이는 남김없이 죽여 없애라"는 소리와 함께 저자에게 겨누는 칼끝을 어머니는 몸을 던져 막아냈다.
'겨울을 기다리는 나무'에선 "모든 나무는 봄을 기다린다. 하지만 먼나무는 겨울을 기다린다. 남을 위하는 길, 그것이 나를 위하는 길임을 일찌감치 깨달은 먼나무에게서 봄을 기다리는 내 손 끝에 묻어나는 빨간 부끄러움을 들여다본다"며 먼나무를 마당안 나눔의 장터로 그려낸다.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한 저자는 첫 수필집 '산처럼 살고 싶었네'가 있다. 정은출판. 1만원.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문미숙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