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찾았다
엄마를 찾았다.
문학회 삭제를 하면서~~~댓글 옮김
엄마를 찾았다 이 정 자
봄을 재촉하는 보슬비가 내린다. 아파트 화단에 피어있는 천리향이 향기를 내뿜으며 행인의 발길을 유혹한다. 해마다 3월이면 팥알을 붙여 놓은 것처럼 꽃봉오리는 야무지다. 독특한 향이 나를 따라서 5층인 집안까지 쫒아왔다. 수필작가 등단을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위한 모임에서 ‘축하 한다’라는 휘장을 두른 꽃다발과 함께 신경숙 작가의책「엄마를 부탁해」를 선물로 받았다. 나는 식사하는 동안 주목받는 작가나 다름없었다. 답례로 자청해서 건배 제의를 했다. “여러분! 오늘은, 유별나게 건배를 하겠습니다. 오 바 마!” “회원님! 경인년인 금년 내내 오로지, 바라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만사형통 하세요.” 서로 잔을 부딪치는 열정은 우애의 징표이리라. 오늘 모임은 25년 전에,결성된 친목이다. 지나온 시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집에 돌아온 후 꽃다발을 바라보며 자신과 약속했다. 선물 받은 책을 정독을 하고 수필로 남기겠다고. 「엄마를 부탁해」표지를 보며 친근감을 느꼈다. 첫 장을 넘겼더니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라는 구절부터 마음이 뭉클해지기 시작했다.
〔시골에 살고 계시던 어머니는 70회 생일 앞두고, 자녀들이 살고 있는 서울로 생일상을 받으려고 상경했다. 하필 번잡한 토요일 오후였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서울역 지하철에서, 아버지가 어머니의 손을 잠깐 놓는 순간 헤어졌다. 엄마는 인파에 떠밀려 아버지의 손을 놓쳤고,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지하철이 출발해버린 것이다. 가족들은 실종 신고를 하고 어머니를 찾아 나서는 소동을 벌인다.〕 자식들은 서울역에 마중 나가지 않은 상황을 서로 탓하며, 택시를 타지 않은 아버지에게 원인 제공을 돌렸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고 어머니가 계실 것 같은 곳곳을 찾아 누비며 어머니의 모습을 찾는다. 어머니의 실종은 가족들에게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고, 형제들 간의 싸움으로 진전되어 모두들 생활 리듬이 바뀌었다. 어머니는 결국 그 어디에도 계시지 않았고, 남편과 자식의 마음속에 숨어 있었다. 줄거리를 단숨에 읽어 내려가며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눈물로 나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와 따뜻한 대화를 나누던 때가 언제였는가. 어머니는 반농반어 생활을 하므로 언제나 바쁘다. 3남5여의 기둥으로 언제나 종종 걸음이다. 학교 다니던 시절, 아침에 일어나보면 도시락 네다섯 개를 챙겨 놓고 밥상에 수저만 올려둔 채, 아침 이슬을 밟으며 밭을 일구시던 억척농군이었다. 지금도 어머니는 해와 벗 삼으며 동분서주하신다. 어느 추운겨울 오후, 동네에 수돗물이 생기기 전이었다. 어머니는 만삭된 몸으로 물 허벅에 물을 길어서 등짐으로 헐떡거리며 날랐다. 부엌에 있는 큰물항아리에 쏟아 붇기도 전에 해산 할 태동을 느꼈는지, 부랴부랴 허벅을 내려놓고, 안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꺼냈다. 나더러 다급한 목소리로 옆 집 할머니를 불러오라고 했다. 할머니를 큰 소리로 부르며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하고 집에 달려와 보니 어머니 혼자 아기를 낳고 아버지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아버지마저 어디 갔는지… 어머니 곁에서 부지런히 도움을 드렸다. 어머니는 태어난 아기를 보듬으며 따뜻한 물을 가져오라고 했다. 황급히 물을 덥히느라고 솥 아궁이에 불을 지폈던 추억이 있다. 태어난 여섯 번째 갓난아기는 딸 다섯 밑에 남동생이라서 모두들 기뻐했다. 우리 집 올레 입구에 붉은 고추를 메달아 어귀 담 사이에 줄을 쳐 놓았다. 삼일 뒤 어머니는 삼승 할머니 상을 차리고,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길 빌었다. 그런데 그날부터 아기는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웃음이 넘쳐나던 집안에 갑자기 힘없이 죽어가는 아기를 보며, 어머니는 정성을 다했지만 결국 파상풍으로 죽고 말았다. 어머니도 괴로움에 몇 일간은 식음을 전폐하고 땀으로 목욕을 했다. 나는 어머니도 죽을 것 같은 생각에 소리죽여 울면서 기도를 드렸다. 너무나 큰 충격이라 지금도 그때의 일들이 선명하다. 엄마는 다산했지만 병원에 한 번 가지 않고 산파도 없이 출산했다고 한다. 여장부라고 해야 할까. 어려운 순간이 닥쳐도 지혜로써 난관을 극복하셨다. 또한 자식에게 주는 사랑은 언제나 뜨거운 용광로처럼 따뜻하다. 그때 하마터면 엄마를 영원히 잃을 뻔 했다. 얼른, 엄마에게 전화 드렸다. 집 전화는 오늘도 부재중. 다시 핸드폰으로 신호를 보냈다. 오늘도 신작로 밭 창고란다. 봄 감자 파종을 위해 감자 싹 눈을 나누고 있단다. 해가 나면 밭에서, 비가 오면 창고에서, 밤이 되면 집안에서, 너무 바빠서 아플 겨를이 없다는 어머니. 얼굴에는 세월이 주는 훈장. 손바닥은 거북이의 등처럼 딱딱하다. 모든 여성은 위대하다. 특히 어머니의 존재는 찬란한 태양이며, 생명의 보금자리다. 요즘 사회적인 문제는 가정의 부실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병폐라고 본다.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자녀의 인성 교육을 시킨다면 사회는 분명 안전한 삶의 터전이 되리라. 「엄마를 부탁해」를 읽는 동안 할머니와 어머니를 잇는 나를 대입시켜보며 많은 현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가족은 든든한 울타리이고 사랑은 그 울타리를 지키는 기둥이라는 것을.
2010.3월12일 |



봉선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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