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가슴속에 핀 꽃

샛년 2014. 12. 16. 06:12

가슴속에 피어난 꽃

 

이 정 자

노랗고 향긋한 냄새가 유혹한다. 갓 태어난 아기의 뽀송뽀송한 얼굴처럼 껍질이 보드라워 속살을 먹어보니 갈증을 풀어주며 달콤하다. 천혜의 자양분을 받아먹으며 영글어가는 감귤들이 앙증맞다. 회원들과 적과사업 현장에 참가했다. 타이백이 깔린 과수원은 하늘빛이 청명하여 더욱 푸르고, 하얗다.

요즘은 저 출산으로 우리의 노후를 걱정하게하고 있다. 출산 장려를 유도하는 접하며, 가슴속에 묻어둔 사연을 꺼내본다. 37년 전, 고등학교 사회과목에는 우리나라는 인적 자원이 풍부한 나라 미래의 사회를 짊어질 일꾼이 많은 나라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장래 희망을 조사할 때면 나의 꿈은 언제나 현모양처賢母良妻라고 주저 않고 기입했다. 대가족에서 자란 나는 어린 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자녀를 많이 낳아 키우고 싶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제2의 인생 출발은 어려웠지만 달콤했다. 신혼 살림계획 중 가족계획은 중요한 사항이라 여기며, 자녀를 낳고 키우는 시점을 계산하며 축복 속에 태어날 아이를 임신했다. 태교를 위해서 몸가짐을 조심하고 엄마로서의 마음수양에 노력했다.

눈이 펄펄 내리는 섣달 아침에 우렁찬 울음으로 건강함을 과시하며 아들이 태어났다. 아기의 눈은 실눈이어서, 먹고 싶은 음식을 충분히 먹지 못했다는 언니의 말에 마음이 아프고, 어려웠던 살림살이가 아기의 얼굴 모습이 되었다.

두 살 터울로 작은 아들이 탄생하여 우리 집은 꿈과 희망이 넘쳤다. 둘째 아들 젖먹이가 끝나고 온갖 일에 정신이 없을 때, 나는 현기증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남편 손에 이끌려 병원에서 검진을 받으니 놀랍게도 세 번째 임신이었다. 남편은 바로 입원하고 낙태落胎수술을 하자고 권유했지만, 갈피를 못 잡고 휘청거리며 집으로 돌아와 두 녀석을 끌어안고 펑펑 울며 해결책을 찾아보았다.

우선 시부모님께 아기를 더 낳아도 좋은지 상의했더니, 자식이 많으면 부모가 고생이라며 완강히 말리셨다. 답답함에 친구를 만나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 했더니, 비웃는 목소리로 요즘은 아기 둘 낳으면 미개인이라 한다며 산아제한 운동을 설명하며 나라의 시책에 따르는 것이 현대인이라고 했다.

당시에 대한 가족협회에서는산아제한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시점이라 연일 뉴스 시간에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포스터로 가족계획에 협조하라는 광고 안내문이 요란했다.

그 당시(86), 셋째 아이 출산은 의료보험 혜택도 적용되지 않았다. 결국 뜬 눈으로 헛구역질을 참아내며, 엄마 자격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국가의 산아제한 정책 때문에 미련을 버렸다. 그날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영원히 내 가슴속에 웅크리고 들어앉아서 나를 비웃는 듯하다.

오래 만에, 그때의 빛바랜 가계부를 펼쳐보니, 간략하게 메모된 글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여자로 태어 난 것이 죄인가. 수술은 생각보다 너무 아프고 마음이 괴로웠다.’ 그 당시 영구 피임수술을 하고 받은 보건사회부장관 직인이 찍힌 피임시술 확인증은 훈장처럼 보관하고 있다. 코팅된 확인증에는 위 사람은 가족계획을 솔선수범 실천 한 분으로서 각종 사회지원 시책상의 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보관되어 있는 진료기록 카드를 보면서, 삼천리는 초만원이라고 광고했던 노래도 되살아난다.

몇 년 후, 예상할 수 없는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에 국민들은 불신했다. 국가의 인구정책에 희생양이 되어버린 나와 같은 80년대의 어머니들이 많을 것이란 생각에 아련한 아픔이 살아 움직인다.

년대별로 기록된 인구 정책을 인터넷으로 보며 고개를 끄덕여 본다.

60년대, 덮어놓고 아이를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70년대,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80-90년대,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2000년대, 엄마젖은 건강한 다음 세대를 위한 약속입니다.

2004,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2010, 보도에 의하면 출산 가정에는 각종기념품을 제공한다. 다 출산 가정에는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며, 보금자리 주택도 우선순위이며 가장에게는 승진 기회도 주어진다는 보도에 마음이 뒤 틀린다. 무슨 심보일까.

국가 시책에 호응한 나는 누구로부터 심리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친구들이 딸 자랑하는 이야기라도 듣게 되면, 나는 외로운 노후를 그려본다. 황금알을 품어 놓고도 키우지 못한 엄마라고 자책하며 바보라고 중얼 거린다.

지난번, 제주에서 개최된 제3회 세계 델픽대회(문화 올림픽)행사 기간에 자원봉사를 했다.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신종 플루 발병확산, 이라는 보도 때문에 참가신청 취소한 나라도 많았다. 시낭송 대회에 출전한 요르단시인은 나는 정자 일때 가장 강했다.” 라고 외쳤다. 요르단 시인은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받아 목에 걸고 좋아서 펄쩍 뛰는 모습이 너무 정열적이었다. 순간 내 귀속에 달려드는 절규! 수많은 난자와 정자의 싸움에서 선택받은 씨앗은 탯줄을 부여잡고 크게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어제는 스물아홉 번째 결혼일이다. 택배아저씨가 초인종을 급하게 눌렀다.

어머나! 스물아홉개의 연분홍 장미가 어우러진 예쁜 꽃바구니. 나의 마음을 사로잡고 발그레한 얼굴로 만드는 주인공은 누굴까 궁금했다. 큰 아들의 예비 신부가 보내준 선물이다. 가슴속에 묻어둔 애석한 꽃을 찾아보며,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는 동안, 꽃바구니에 실려 온 장식나비가 움직이며 딸로 환생하여 나를 흥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