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제주의 설화 <제주섬을 창조한 여신 설문대 할망 >

샛년 2010. 6. 6. 23:38

 

제주섬을 창조한 여신 설문대 할망 

 

옛날도 아주 옛날 설문대할망이라는 거대한 여신이 있었다.
이 여신은 제주도를 창조했다고 전해온다.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에 섬을 만들어 놓고 보니 너무나 밋밋하였다. 그래서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날라서 섬의 중앙에 한라산을 만들었다. 치마가 헐어서 구멍이 났다. 이 터진 구멍으로 흙이 조금씩 새어 흘러서 섬의 여기저기에 360여 개의 오름이 되었다. 설문대할망이 창조한 한라산(漢拏山)은 은하수를 손으로 잡아당길 수 있을 만큼 높고 성스러운 산이라는 뜻이다. 설문대할망이 얼마나 키가 크고 몸집이 우람했는지 제주도내 여기저기에서 그에 관한 이야기가 여러 가지 전해온다.
이 여신은 한라산을 베개삼고 누우면 다리는 제주시 앞 바다에 있는 관탈섬에 걸쳐 졌다. 또 한라산을 엉덩이로 깔고 앉아 한쪽 다리는 관탈섬에 디디고 한쪽 다리는 대정읍 앞바다에 있는 섬인 마라도에 디뎌서 구좌읍 우도섬을 빨랫돌을 삼아 빨래를 했다.
제주시 오라동을 관통하는 한내(漢川)에는‘고지렛도’라는 곳이 있다. 이 곳에 모자 모양으로 구멍이 패인 큰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설문대할망이 머리에 썼던 모자라고 전해온다. 성산 일출봉 정상에는 뾰죽한 바위 아흔 아홉 개가 왕관처럼 둘려있다. 바위 중에는 설문대할망이 길쌈을 할 때 등잔불을 켜 얹던 받침대로 사용한 것이 있다. 이 바위는 처음에는 하나 뿐이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바느질을 하다보니 등잔불이 너무 낮았다. 그래서 높이 솟은 바위 위에 다시 큰 바위를 하나 더 얹어 놓아 등잔불을 높였다. 설문대할망이 등잔대로 사용했다 하여 이 바위를 지금도 ‘등경돌’이라 부르고 있다.
설문대할망에게 한 가지 소원이 있었다. 몸이 워낙 거대하고 키가 크다보니 옷을 변변히 입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무명옷을 입고 부지런히 일하며 지냈지만 속곳 하나라도 좋은 것을 입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제주 백성들에게 소원을 말하였다. 명주 옷감으로 속곳을 하나 만들어 주면 육지까지 걸어서 갈 수 있게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했다. 이 어마어마한 몸집을 한 여신의 속곳을 만드는 데는 명주 옷감이 무려 100통이나 필요했다. 육지까지 다리를 놓게 되면 풍랑에 배가 뒤집혀 사람이 죽는 일도 없을 것이었다. 제주섬이 망망대해에 고립되어 살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제주 백성들은 이 여신의 소박한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모두들 있는 힘을 다하여 명주를 모았다. 그러나 99통밖에 모으지 못하였다. 여신의 속곳은 미완성이 돼버렸고, 다리도 중도에 그만두게 되었다.
설문대할망이 육지와의 다리를 놓던 자취는 조천리와 신촌리 앞바다에 남아 있다. 육지를 향해서 흘러 뻗어나간 바위줄기가 바로 그것이라고 전해온다. 설문대할망은 키가 큰 것이 자랑이었다. 제주도 안에 있는 깊은 물들이 자기의 키보다 깊은 것이 있는가 시험해 보는 걸 좋아했다.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용소(龍沼)가 깊다는 말을 듣고 거기로 달려 갔다. 물 속에 들어서 보니 발등에 겨우 닿을 정도였다. 또 서귀포 서홍리(西烘里)에 있는 홍리물이 깊다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곳을 찾아가 물속에 들어서 보니 무릎까지 닿았다. 이렇게 깊다는 물을 찾아다니며 깊이를 시험해보면서 돌아다녔다. 어떤 물도 여신의 거대한 키에 비할 바가 못되었다.
마지막으로 한라산 속에 있는 물장올오름의 물이 깊다는 말을 듣고 여신은 그곳으로 갔다. 물장올오름의 정상에는 호수와 같은 둥글고 깊은 못이 있어 어떤 가뭄에도 마르는 일이 없었다. 물장올오름에는 항상 신비스러운 안개가 자욱히 감돌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은 푸른빛이었다. 설문대할망이 들어서자 거대한 몸이 점점 빠져 들어가 결국 머리까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여신을 삼켜버린 수면에는 한동안 파문이 일렁이더니 이윽고 고요해졌다. 깊은 산 속에는 정적만이 감돌 뿐 여신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물장올오름의 물은 바다 밑까지 뚫려 있어 예로부터 ‘창 터진 물’이라고 전해 오는 곳이었다. 제주를 창조한 설문대할망은 물장올에 빠져 죽었다고 전해온다. 그러나 또 다른 전설은 이 거대한 여신이 물장올을 통해서 고향인 용궁(龍宮)으로 돌아갔다고도 한다.

 

神들의 섬  -제주의 신화와 전설-  2001 제주세계섬문화축제조직위원회

 

 

출처 : 호근모르(HOGNMOR)
글쓴이 : hognmor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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