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제주의 설화 <신선과 하얀 사슴이 사는 백록담>

샛년 2010. 6. 6. 23:35

신선과 하얀 사슴이 사는 백록담

 

한라산은 구름에 가려 있는 날이 많다.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한라산을 신성한 산이라 하여 함부로 들어가지 않았다. 한라산의 정상과 산허리를 휘감고 있는 구름의 모양을 보고 태풍과 농사의 풍년을 예상하기도 하였다. 정상인 백록담 북쪽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이 있다. 산 속에는 산돼지, 사슴, 노루, 오소리 등 여러 종류의 동물과 팔색조, 휘파람새, 오색딱따구리, 꿩 같은 아름다운 새들이 살았다.
한 잎만 먹으면 영원히 죽지 않고 산다는 불로초라는 풀과 영지라는 버섯이 있다고 하며 한라산의 신선들은 백록을 타고 다니며 이 풀을 먹었다고 한다. 또한 신비한 향기를 가진 꽃들과 약초들이 골짜기마다 숨어 자란다. 예로부터 나무꾼이나 약초를 캐는 사람, 등산을 하는 사람 등이 산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부정한 짓을 하면 삽시간에 짙은 안개가 끼어 길을 잃게 된다고 한다.
신선이 살고 있는 산이라 속세의 인간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바람과 구름이 조화를 부린다는 것이다. 신선들은 따뜻한 봄날은 화사한 꽃구경을 다니고 여름에는 깊은 산 속 동굴에서 하얀 뭉게구름을 피워낸다. 타고 다니던 사슴이 목이 마르면 백록담으로 가서 하늘빛 어린 맑은 물을 먹인다. 그래서 흰 사슴이 물을 마시는 못이라는 뜻의 ‘백록담’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그 옛날,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창조했을 때는 정상 부분이 뾰죽한 봉우리였다고 한다. 둥그스름하고 움푹 패인 연못인 백록담이 생겨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온다.

<한라산 정상을 뽑아 만든 산방산>

사냥꾼이 사슴을 잡으려고 한라산으로 올라갔다. 사슴을 발견하자 급히 활을 치켜들고 좇아 달렸다. 다급해진 사슴은 도망치다가 마침 한라산에 내려와 낮잠을 자고 있던 옥황상제의 옷자락에 숨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사냥꾼은 사슴을 향해서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그만 옥황상제의 엉덩이를 건드리고 말았다. 옥황상제는 화가 버럭 났다. 그래서 한라산 봉우리를 잡히는 대로 뽑아서 서쪽으로 던져버렸다. 그 봉우리는 날아가서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 떨어져 ‘산방산’이 되었다. 봉우리를 뽑아버린 움푹 팬 자국은 백록담이 되었다. 그래서 산방산의 둘레를 재어보면 백록담의 둘레와 크기가 비슷하다고 한다.

백록에 얽힌 또 하나의 전설이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어떤 사냥꾼이 한라산에 사슴을 잡으러 갔다. 활 솜씨가 뛰어나 활을 쏘면 백발백중하는 사냥꾼이었다. 그날 따라 사슴이 안보여 차츰차츰 올라가다 보니 한라산 정상에까지 가게 되었다.
사냥꾼은 얇은 비단 안개가 살포시 덮인 신비한 푸른 물이 넘실대는 백록담의 절경을 감탄하며 보고 있었다. 갑자기 자욱한 안개가 구름처럼 몰려와 물가를 에워쌌다. 사냥꾼이 엎드려 자세히 연못을 내려다보니 수많은 사슴떼였다. 특히 그 중의 한 마리는 털빛이 은백색으로 빛나고 뿔이 왕관처럼 늠름한 사슴이었다. 사슴의 왕인 백록인 것이었다. 백록의 등에는 새하얀 은빛 수염을 휘날리는 노인이 타고 있었다.
물을 마신 사슴들이 다시 구름처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사냥꾼은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화살을 당겼다. 맨 뒤의 사슴을 겨냥해서였다. 그 순간,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를 들은 신선이 엎드려 있는 사냥꾼 쪽을 휙 돌아보았다. 화살은 사슴에 맞히지도 못하고 비껴서 멀리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신선은 사슴들을 거느리고 하얀 안개구름 속으로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한라산에는 사슴이 많았다. 특히 털빛이 순백색인 백록을 잡아 왕에게 바쳤다는 기록은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도 나온다. 한라산에서 사슴이 멸종된 것은 조선왕조 말, 지나친 사냥 때문이었다. 백록은 신성한 동물로 무공해의 성스러운 곳에만 나타나며 신선을 태우고 바람처럼 날아다닌다고 한다. 사람에게 보일 때는 반드시 어진 사람의 눈에만 보이며 백록이 서있던 자리에는 향기로운 불로초와 영지버섯이 있다는 전설이 있다.

 

神들의 섬  -제주의 신화와 전설-  2001 제주세계섬문화축제조직위원회

출처 : 호근모르(HOGNMOR)
글쓴이 : hognmor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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