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제주의 설화 <바다의 풍요를 가져오는 영등할망>

샛년 2010. 6. 6. 23:34

바다의 풍요를 가져오는 영등할망

 

옛날 영등이라는 신이 있었다. 그는 인간세상의 사람도 아니고 저승세계의 사람도 아닌고 용궁의 사람도 아니었다. 무한(無限)에서 솟아나 제주바다 저편 수평선 너머에서 살고 있었다.
태풍이 몰아치는 어느 날, 제주섬 한림의 한수리 마을 어부들이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풍랑을 만났다. 어부들을 태운 배는 성난 파도에 휩쓸려 하염없이 표류해 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외눈배기 거인들이 사는 나라였다. 외눈배기들은 이마 한복판에 등잔만큼 큰 눈이 하나만 있는 식인종들이었다.
영등은 이것을 보고  ‘저 사람들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영등도 외눈배기 거인들처럼 몸집은 거인이었으나, 마음은 어질고 착하였다. 그는 커다란 왕바위 위에 가 앉아 있으면서 배를 그 안으로 들어오게 하여 숨겨주었다.
외눈배기들은 사냥개를 앞장세우고 와서 여기 저기 들쑤셔대며 어부들을 찾았다.
"지금 여기로 맛있는 먹거리가 들어왔는데 어디로 갔느냐?"
"나도 그런 걸 줏어 볼까하고 여기 이렇게 나와 앉았다."
영등은 시침을 뚝 떼고 대답했다.
어부들을 찾지 못한 외눈배기들은 투덜대면서 모두 돌아가 버렸다. 태풍으로 날뛰던 바다도 잔잔해져서 배가 항해하기에 좋은 날씨로 변하였다.
영등은 어부들의 배를 보내주면서 다음과 같이 하면서 돌아가라고 시켰다.
"이 배를 타고 도착할 때까지 가남보살 가남보살 하면서 가라."
어부들은 영등이 시킨 대로 주문을 외면서 배를 타고 돌아오게 되었다. 고향 마을이 바라다 보이는 곳까지 거의 도착하게 되자 안심을 하고 그만 주문을 외지 않았다. 그러자 갑자기 광풍이 일어나 바다와 하늘이 휘몰아쳤다. 어부들의 배는 순식간에 외눈배기 나라로 불려갔다. 마침 영등이 그 자리에 다시 있어 어부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영등은 또다시 그들을 살려 고향으로 무사히 돌려보내 주었다.
그후 이 사실을 알게된 외눈배기들은 영등에게,
"당신 덕분에 맛있는 먹거리를 놓쳐 버렸다"고 말하면서 모두가 달려들어 그를 죽여버렸다. 영등의 몸을 세 토막으로 끊어 바다로 던져 버리니, 머리는 성산포의 우도, 몸통은 성산, 발치는 한수리에 떠올랐다.
제주 백성들은 바다의 재앙을 막아준 영등의 은혜를 생각하여 해마다 음력 2월 초하루부터 15일까지 영등제를 지내고 있다. 영등은 고기잡이 어부들이나 해녀들에게는 항해의 안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며 해산물의 풍요를 가져오는 신이다.

영등제를 지내는 기간이 시작되면 ‘영등이 들어온다’하고, 끝나면 ‘영등이 나간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영등은 제주에 들어와서 제주도를 빙 둘러싸고 있는 바다를 돌아보고 해산물의 씨앗을 풍성하게 뿌려주고 간다고 믿어진다. 또한 어부나 해녀들의 애로사항이나 소원을 들어주고 간다.
그래서 영등제가 있는 달(月)은 ‘영등달’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무렵에 부는 차갑고 사나운 바람을 ‘영등바람’이라고 한다. 영등이 들어온 기간 동안은 빨래나 농사일, 고기잡이나 해녀일 등 바다일을 하지 않는다. 바다의 소라 고둥은 이 무렵에 껍질이 텅텅 비어있는데, 이것은 영등이 와서 모두 까먹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을 담그면 벌레가 생기고, 지붕을 고치면 비가 새며, 곡식을 심으면 흉년을 만난다. 이 기간에는 결혼식을 하지 않는 것이 제주도에서는 상식으로 되어 있다. 장례나 제사가 닥치면 영등의 몫으로 밥 한 그릇을 마련해 놔야 탈이 없다.
영등에 대한 명칭은 ‘영등대왕’, ‘영등하르방’, ‘영등할망’등 여러 가지로 불리다가 최근에 이르러 ‘영등할망’이라는 명칭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영등신에 대한 굿이 가장 성대하게 치루어지던 곳은 제주시의 건입동에 있는 칠머리당이다. 제주도에서는 아무래도 가장 고기잡이배가 많았고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이다.
현대에 이르러 이 영등제는 전통문화로 인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국가에서는 영등제를 국가 무형문화제 71호 <제주칠머리당굿(1980. 11. 7.)>이라는 명칭으로 지정하여 해마다 제주시 사라봉에서 이를 재현, 내외에 공개하고 있다.

 

神들의 섬  -제주의 신화와 전설-  2001 제주세계섬문화축제조직위원회

출처 : 호근모르(HOGNMOR)
글쓴이 : hognmor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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