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부모 입에서 열녀 효자난다.

샛년 2011. 10. 19. 21:24

             부모 입에서 열녀 효자난다.

                                                            김순덕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여름날 사소한일에 딸아이와 말 다툼을하여 속이 상

하고 답답하여 몽실이를 차에 태우고 삼양 바닷가를 찾았다.

 자동차를 주차하려는데  길가에 맨발에 그리고 다리가 아파서 인지 한 쪽다리를 길게 벋어 앉아 돌맹이로 동백씨를 까고 있는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밑반찬봉사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무슨 충성이라고 온누리봉사회에서는 혼자살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일주일에 한 번 밑반찬봉사를 하는데 혹여 도움에 손길에 필요하신 할머니는 아닌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내보았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도움이 필요한가를 물어 본다면 자존심을 건들이는 실례일것 같아 할머니께

"동백씨를 까서 뭐 하실겁니까" 물으니 "응 지름 빵 머리에도 볼르고 촘지름처룩 먹음도 허쥬"

 아~ 바른 정신력과 노동력 얼굴에는 검버섯이 피어오른 모습이며 긁은 손 마디 마디에는 삶의 무개를 고스란히 담아 내고 계셨다.

 할머니의 나이를 물어보니 아흔을 넘기고도 4년을 더 살아 버렸다며 우스겟소리를 하시며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머지않아 백세를 바라 보시는 할머니께서 건강한 모습으로 길바닥에 앉아 소일거리를 하시는 모

습에서 아득한 옛날 14살 소녀시절에 돌아가신 성할머니의 강인한 모습이 떠올라 어디에 살고 계신가를 물었다.

 

 여기 작은 오막살이에는 내가 살고 저 앞이 큰 집에는 아들내 식구가 살고 여름이면 민박을 하여 나그네들이 머물고 간다고 하였다. 

어찌하여 큰 집에서 같이살지 않고 혼자살고 계신가를 물으니

"늙은이가 너른 방 초지 허영 무시거 소지험도 버치곡"

아흔 네살이라는 나이가 들어도 당신이 할수있는 일은 스스로 해결하고 계심을 대화 속에서 묻어

나온다.그래도 넓은 집에서 자손들과 함께 살아 가시는것이 남보기에도 좋지 않느

냐는 질문에 "에에 오몽허여질 때 꼬지랑 아이덜 하노허게 아덜고라 이디 막살이 호나 짓어

도렌 허연에 이디가 나 사는 고망이라"

 

 "할머니 자식들 반찬이라도 만들어 옵니까 "

 "기여게. 쏠도 받아오곡, 메누린 더 잘 헌다. 촐레도 맹그라 오곡 옷도 사오곡 또 손지덜도 혼진네

오랑 할머니 허멍 보레 봥 간다"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할머니의 아픈상쳐를 건들여 힘들게 하지는 않는걸까 걱정스럽다.

 사십도 되기 전에 4.3에 남편 보내고 이이들 키우며 살자니 엄청 고생했다며 그래서 인지 자식들은 모두가 효자 효녀라고 칭찬이 장난이 아니다.

 

참인지 거짓인지 알아보지 않은 사연이라 알길은 없으나 자식들 자랑을 하시며 누구에게도 허름

한 오막살이 집이 주눅들지 안는다는 당신 자존심을 주장하신다.

 밭에서 따온 참외가 있어 자동차에서 참외를 꺼내 드리니

"고만시라 받아 먹음만 허여" 집안으로 들어갔다 나오시며

수박 한 개를 들고 나오며 아들이 수박 두개 사 왔다며 가져가라 한다.

"아닙니다 할머니 냉장고에 두었다가 드십시요. "

"읒다 받아 먹음만 허느냐 나도 가파사주"

 남에 것을 받았으니 값아야 된다며 바른 정신력 한사코 수박을 가져가라하여 수박 한 개를 차에 실었다.

 

"할머니께서 건강하시니 자식들은 복 받았습니다"

"경 해 베여"

 아이들이나 서방이 말 안 들어서 속이 상하다고 할머니께 푸념을 하니  

"요세 어멍덜 돈 벌이 허노렌 나상 댕기멍 쿰에 안 쿰엉 대음허난 아이덜이 막 노시람

주게 경허곡 서방도 애기나 다름어서 부애나도 촘으멍 솔솔어루 달레멍 허여사 "

"화가나서 어찌 참고 솔솔 어루 달래집니까"

"경허곡 아멩 용심나도 놈고라랑 아이덜이영 서방이영 경 허주 냅지마라, 옛말에 부모입에서 열녀

효자 난덴 허여서"

"예 잘 알았습니다"

 

 처음 할머니를 보는순간 사진을 찍어놓고 괸스레 미안한 마음에 빈 말로 사진찍어도 되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주름 주갈주갈 혼 양지 찍엉 무시거 허젠"

그래도 함부로 얼굴을 찍어서는 안될것 같아 허락을 얻고 다시찍어 얼굴사진을 보여 드리니

"이거봅서 할머니우께 잘 나왔지양"

"거촘 제기도 찍곡 영 보려지기도 허는 거로구나"

 전기밥솥에 밥 하고 전기로 안 되는거 없다고 하시면서 옛날에는 불이 귀하여 화승불[억새꽃을 다발로 칭칭동여 묶어 불을피워 사용한 도구]을 만들어 불을 간직하며 불이 꺼지면  이웃에 불을 얻으러 다녔던이야기며  현대인들이 전기로 인하여 세상 살기 좋아져 점점 계을러진다고 하신다.

 그렇다 부엌에서 마당건너 장독으로 집안에 수도가 없어 물을 길어오고 빨래터에 가서 빨레를 하고 나무를 해오고 불을짚혀 밥을짓고 농경시대의 삶 생활동선들이 운동으로 이어져 날씬하고 건강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현대인들에 넉넉한 삶 자유로운 시간들 과식으로 비만을 초레하고 운동부족으로 만병에 근원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있다.

 요즘 현대인들은 편리한 문명에 접하여 살아 가면서 고마움을 모르고 산다.

 전기가 꺼지고 수도물이 안 나온다면 현대인들은 어찌 대처 할 것인가 

 나 역시 머리속이 까맣고 생각이 안 난다.

 

 그리고 육지부에서 제주에 시집와 살고있는 어느 여인이 자식들이 있어도 혼자서 생활하고 계신

어머님들에 모습을 보고는 제주사람들은 늙으신 부모님을 혼자 살게 한다고 제주사람 전체를 이

상한 눈으로 보았었다며 그리고 세월이 흘러 자신이 오십이 넘어 자식들과 살기를 거부하여 따로

살아 보니 자식들 효, 불효를 떠나 자식들을 베려하는 더 깊은 뜻이 있었다며 제주할망덜 자유를

주장하는 멋진 인생 이제야 알수있겠다고 한다.

백년을 다 살아도 자식들 걱정하며 호건 조손덜 허주 나카부덴 조들멍 오몽허여질 때 꼬지 부

모도 자식도 서로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자존심 강헌 제주 어머니의 어머니, 할머니에 할머니 대단합니다.

 지난 11월 8일 제주어 말하기 에서 금상을 탄 대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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